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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녤옹] 그때의, 넌 [1/2]

마지막 조각

(이 글은 물옹덩이님과 합작으로 쓴 글입니다)


Write. 케이 


1.

“어?, 오늘도 왔네?”


"응."


기대했지만 기대하지 않은 듯 한 목소리. 기다렸지만 기다리지 않았다는 목소리 하지만 우리는 알 수 있었다. 서로가 있을 것이란 걸.


뜨거운 햇살이 비치는 파릇파릇하게 우거진 울창한 나무 사이에 숨어있는, 가까이 귀를 대고 들어보면 사사사- 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계곡, 바위 위엔 항상 네가 있다.



다니엘, 너는 왜 항상 거기 있었던 거니?



반복되는 일상. 그리고 숨이 탁 트일만한 곳에 가고 싶었던 성우는 갑자기 잡힌 부산 일정에 기대와 설렘을 안고 부산에 왔다.

부산이라 하면 바다가 떠오르는 당연지사이었기에 나는 기대와 설렘이 부푼 채 기차에 올라탔다. 과연 그곳으로 가면 나아질까?

하지만 설렘과 기대에 부푼 성우 앞에 나타난 바다는 정말 저가 바닥으로 떨어져도 뭐라 못 할 정도로 볼품없었고, 그로 인해 실망을 한 나는 한숨만 푹푹 쉬며, 멍만 때리다가 발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그로 인해 속에 있는 답답함을 해결하지 못한 성우는 날이 가면 갈수록 점점 짜증이 쌓여만 갔고, 이제 서울만 올라가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하지만 그때 울리는 부모님의 핸드폰 별소리에 내 인생은 180도 바뀌기 시작했다.

시골. 시골이었다. 나무와 논밖에 없는 곳. 흠, 굳이 더 찾아보자면 서울과는 달리 시골에만 날 법한 맑은 공기? 그게 끝인 줄 알았다. 이게 다일 거라고만 생각했다. 그렇다. 여기서 너를 만나게 될 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고, 후에는 빨리 서울로 올라가고자했던 나를 원망했다.

시골이라서 그런지 5시밖에 안 됐는데도 해가 지기 시작했고, 나는 심심함에 못 이겨 산책 삼아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무언가에 홀 린 듯 저 앞에 보이는 작은 오두막집 사이에 있는 통로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단단한 바위를 버팀목으로 삼아 울창한 나무 사이로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과 밖에서는 맞아보지 못했던 맑고 깨끗한 공기가 나의 가슴 안으로 들어와 나를 반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한 소년도 있었다.

쟤는 누구지…?"

나는 궁금한 마음에 자연스레 그 아이의 옆으로 가서 앉았다.

"안녕."

처음 만났지만, 처음 만난 것 같지 않은 듯한 인사에.

"안녕."

그런 나의 인사를 받아주는 너의 담담한 대답에 나는 그저 너의 옆에 앉아 잔잔히 흐르고 있는 계곡을 바라봤다.

그렇게 첫 만남에 우리 둘은 아무 말 없이 계곡 물소리를 벗 삼아 밑으로 흘러가는 물줄기만을 바라보았지만, 어쩌면 우리는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둘은 세상에 둘도 없는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그런 친구가 될 것이라는 걸.

성우는 그날 밤 밤새 잠을 못 자며 계곡에 있던 그 아이를 떠올렸다. 내일은 만날 수 있을까?. 이름은 뭘까? 나이는? 그렇게 성우는 밤새 잠도 못 자고 뒤척이다가 새벽녘이 다 되어서 잠이 들었고,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다시 그곳으로 다시 갔고, 다시 찾아간 그곳에는 어제 그대로의 한 소년이 바위 위에 앉아 있었다.

"안녕, 오늘도 왔네."

반가워서 미소는 띠었지만, 덤덤한 목소리.

"안녕"

그리고 뒤이어 들려오는 어제와 너의 같은 목소리.

성우는 어젯밤부터 오늘은 말을 걸어보리라 다짐을 했기에 용기를 내어 말을 걸었다.

"뭐 하고 있었어?"

"그냥 계속 물소리 듣고 있었다."

"물소리?"

"응, 너도 눈을 감고 함 들어봐라. 이 잔잔하고 고요한 맑은 물소리를…."

아이의 목소리에는 제 나이 또래답지 않은 덤덤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뭔가가 있었고, 아이의 말을 들은 성우는 조용히 눈을 감고 물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어떻노? 맘 좀 편해지지 않나?"

"으응, 마음이 깨끗해지네. 신기하다."

나의 말에 그때 너는 정말이지 세상을 다 가진 눈빛으로 나를 보고 환하게 웃어주었지. 그리고 그제야 너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시골에 사는 것 같지 않아 보이는 노란색 머릿결과 사모예드 눈과 닮은 듯한 찢어진 듯하지만, 그 눈의 깊이는 깊었다.

한참을 뚫어지라 보고 있는데 갑자기 벌떡 일어난 아이로 인해 성우는 깜짝 놀랐다.

"너는 어데서 왔노?"

"나? 나는 서울."

갑작스러운 질문이었지만,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 나는 답해주었고, 그 말을 들은 너는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물속으로들어가 물을 한 움큼 잡아 올리더니 물을 떨어트리며 말했다.

"서울이라..., 서울에 살면 이런 거 몬 봤겠네?"

"응..."

"이리와 본나, 여가 우리 동네에서 물이 제일 맑은 데다."

"진짜?, 진짜네. 물이 너무 맑다!"

그렇게 너와 나 두 사람은 내일은 못 볼 것처럼 해가 질 때까지 몰 속에서 놀고 또 놀았다. 그리고 헤어졌다. 그렇게 둘은 매일 그 시간이면 서로 말하지 않아도 그 자리에 와있었고, 해가 질 때까지 놀았다.


2.

마음이 시끄러웠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해지기 위해 그곳으로 갔다. 그렇게 한참을 바위 위에 앉아 눈을 감고, 물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마음을 달래고 있는데, 그 아이가 왔다. 몸도 말라서 멀리서 봐도 단번에 도시에서 온 듯한 외모로.

저 멀리서 무언갈 보고, 감탄을 자아냈고, 그 모습을 내가 바라보고 있는 것을 알기라도 한 듯 내 옆에 앉아 인사를 했다.

"안녕."

자신이 생각했던 도시 소년의 목소리가 아닌 정말 순하디순한 때 묻지 않은 소년의 목소리.

"안녕."

그 목소리의 나도 모르게 받아주며 인사를 했다. 만나서 반가워라는 속뜻을 품고.

그렇게 그 아이와는 해가 저물 때까지 흐르는 계곡 물만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편했고, 안심되었다.

아이가 가고, 한참 시간이 흘러 나도 집에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일도 오려나. 왔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품은 채로.

나는 저녁을 먹고 침대 위로 올라와 그 아이를 생각했다. 어디서 온 아이일까? 이름은? 나이는? 굳이 몰라도 되는 것들이지만 알고 싶었고, 알아야만 할 것 같았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생각의 늪에 빠진 나는 저도 모르게 잠이 들었고, 그대로 아침 늦게까지 잠을 잤다.

잠에서 깨어난 나는 내가 너무 늦게까지 자 버린 건 아닐까 혹시 벌써 갔다가 내가 없어서 도로 가버리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늦은 아침을 먹고, 급히 그곳. 너와 만났던 곳으로 향했다.

급히 오느라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나는 겨우겨우 숨을 가다듬고, 주변을 둘러보며 너를 찾았지만, 안타깝게도 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벌써 왔다가 간 건가., 아니면 아직 안 온 건가? 후자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나는 어제 너와 만났던 바위 위에서 너를 기다렸다.

얼마쯤 시간이 흘렀을까 입구 사이로 너의 모습이 보였고, 나를 본 건지 또다시 내 옆에 와서 앉았다.

"오늘도 왔네?"

마치 기다렸다는 듯한 목소리로.

"안녕."

기다리고 있었는데 와줘서 반갑고, 고맙다는 목소리로.

"뭐 하고 있었어?"

"물소리 듣고 있었지."

한참 동안 너를 찾아 헤매며 먼저 왔다가 간 건 아닐지 아니면 오늘은 안 올지 오만가지 생각을 하며 바위에 앉아.

"물소리?"

나는 너의 물음에 고개를 끄떡이며 답했고, 나의 마음이 평온해진 것처럼 너의 마음도 평온해지길 바라며 눈을 감고 들어보라 했다. 그에 너는 작은 두 눈을 살며시 감고, 집중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인상을 쓰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나도 모르게 피식하고 웃어 버렸고, 나는 지금의 내 표정을 숨기기 위해 계곡으로 들어가 너의 고향을 물었다. 그리고 돌아온 너의 대답은 내가 예상했던 도시. 즉, 서울이었고, 그 대답을 들은 나는 물을 한 움큼 쥐며 그동안 맛보지 못했을 이 신선하고, 깨끗한 공기를 너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들어와 놀자고 청했다.

그런 나의 말에 너는 좋다며 동그란 외모의 송충이 눈썹을 휘이며 세상 다 가진 눈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와.., 물 진짜 맑다."

물에 들어온 너는 마냥 행복해 보이는 눈웃음을 지으며 나에게 물을 뿌렸고, 그에 질세라 나도 너에게 물을 뿌리며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잊지 못할 추억들을 하나하나 쌓아 나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행복하고도 달콤한 시간은 얼마 안 가 끝이 나고야 말았다.

"나 내일 서울 가.."

차마 떨어지지 않는 입을 억지로 떨어뜨리며 나오는 성우의 목소리에

"아, 글나."

다니엘은 의문문이 아닌 덤덤한 말투로 믿어지지는 않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자신의 속마음을 애써 달래어 감추며 떨며 말했다.

"그라믄...., 내일 서울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올 수 있긋나?"

그리고 다급히 너를 찾는 나의 목소리에 오히려 더 놀란 나.

"내일?"

그리고 반문하는 너에 나는 불안에 떨어졌다.

"응, 내 니한테 줄 거 있다."

그리고 그 불안한 감정 속에서도 이게 우리의 마지막 만남이라면 너에게 주고 싶은 것이 생각이 난 나는 너의 허락을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며 기다리고 있다.

"그래, 좋아!"

"진짜?"

"응, 내일 오후 12시 10분쯤에 여기서 만나자!"

그동안에 수많은 만남에 너와 처음 한 약속.

"그래."

하지만 너무 좋아하면,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나는 그저 고개만 끄덕이며 말했다.

지금 이렇게 후회할 줄 알았으면 좀 좋아 해볼걸.. 그게 뭐라고 그렇게까지 숨겼을까. 지금은 이해 못 하겠지만. 그때는 그랬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오늘은 약속만 한 채 너와 헤어졌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너에게 주고 싶은 그 무언가를 찾기 위해 이방 저 방을 돌아다니며 찾기 바빴고, 한참을 찾고, 찾았던 나는 비로소 발견하고, 주체할 수 없는 뛸 듯이 기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12시. 아직 약속시간 까지는 10분이나 남았지만, 네가 먼저 와서 기다리는 것이 싫었던 나머지. 약속시간보다 일찍 나와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

몇 분쯤 기다렸을까? 저 멀리서 숨이 차서 헉헉 거려 하면서도 나를 보고 미소를 짓고 있는 네가 보인다. 그리고 나는 내 손에 든 것을 등 뒤로 숨기고, 웃으며 너를 맞는다.

"안녕"

이번엔 내가 먼저 인사를 한다. 기쁘지만, 이제 언제 다시 할지 모르는 슬픈 눈으로.

"안녕!, 내가 많이 늦었지? 일찍 온다고 왔는데...미안."

그에 네가 반갑지만 미안함이 서려 있는 목소리로 나를 반긴다. 이제 다시는 못들을 안녕이라는 짧지만 듣기 좋은 말을 하며.

사실 약속 시간은 내게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네가 안 오면 올 때까지 기다릴 거였으니깐. 저녁에 오든 아니면 늦은 밤에 오든 기다릴 수 있었으니깐.

"아나, 받으라."

그런 너에게 등 뒤에 숨겨놓았던 물건을 건네주었다.

"우와 이게 뭐야...?"

그리고 건네받은 두 손위로 놀랐고.

`풋`

처음 본 것처럼 신기해하는 너의 모습에 나는 너 몰래 또 피식해버렸고, 그런 나를 보고 있던 너는 금세 뾰루퉁 해져선 `훙`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너 지금 나 놀리는 거지?"

"아, 아이다! 놀리기는 무신."

"그럼, 뭔데?"

"귀여버서 그랬다 귀여버서.

내 말을 들은 너는 순간적으로 두 볼이 빨개졌고 뒤이어 금세 목과 귀 뒤쪽까지 빨개졌다.

"야아, 놀리지 말라구웅.."

그래도 싫지는 않은지 화는 내지 않았다.

"그래서 이건 뭔데?"

그리고 넌 다시 한 번 물어봤고.

"모래시계라고 하는기다."

난 그 물음에 답해줬다.

내 말을 들은 넌 모래시계? 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응, 네 모래시계라고 아나?"

"아니, 나 처음 보는데? 이거 뭐할 때 쓰는 거야?"

"이기는 그냥 말 그대로 시간을 잴 때 쓰는 거다."

"시간?"

"응, 시간. 자 봐바, 보통 시계들은 한 번 지나가면 붙잡을 수 없는데, 이기는 모래가 다 떨어져도 다시 거꾸로 돌리면 원상복구가 된다. 신기하제?"

"옹! 옹! 진짜 신기하다."

말을 하면서도 나는 마지막일지 모르는 너의 모습을 눈에 담는다.

"이기 뭘 뜻하는지 아나?"

"뭔데?"

가만히 듣고 있다가 모래시계를 건네준 또 다른 의미가 있다는 사실에 눈이 동그래진 너.

"네가 여까지 타고 온 기차를 생각해봐. 부산역은 종착역도 되지만 또 출발역도 된다 안카나. 그까는 우리도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끼다. 맞제?"

"응."

내 말에 뭐가 그리 좋은지 입꼬리를 씰룩씰룩 대며 웃는 너.

그렇게 모래시계는 너에게로 갔고, 그렇게 이름 모를 소년은 나를 떠나갔다.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을까?


3.

다니엘은 어린 나의 자신의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은 이름 모를 소년을 잊지 못해 하루하루를 그리워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한편 짧지만 잊지 못할 강렬한 한여름의 추억을 만들고, 서울로 올라온 성우는 바뀐 것이 있다면 이름 모를 소년이 준 모래시계를 늘상 가지고 다니며 그때의 일을 잊지 않고, 일상으로 돌아가 그전과 다를 것 없는 나날들을 보냈다. 성우는 아직도 어린 날의 만났던 그때의 그 소년의 그 말을 잊을 수가 없다. 아니 어쩌면 잊고 싶지 않았다고 하는 게 맞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흘러 서로가 훌쩍 커버린 어느 고등학교 2학년 방학식 날. 성우는 그때의 추억에 잠겨 창가 쪽으로 머리를 비틀며 여름 바람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교탁 쪽에서 들리는 소리에 목을 돌렸고.

"오늘부로 우리 반에 전학생이 왔으니깐 앞으로 잘 지내도록."

"부산에서 온 강다니엘 이라고 합니더."

이름도 나이도 지금의 생김새도 모르는 너지만, 나는 너를 본 순간 알았고.

"다니엘, 안녕"

비어있는 내 옆자리로 온 너에게, 처음으로 이름을 붙여서 하는 인사에.

"응, 안녕"

너는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받아준다.

나를 기억 못 하는 걸까? 그건 아닐 텐데. 아니, 아니어야만 했다.

성우는 자신을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항상 잊지 않고, 챙기고 다니던 모래시계를 가방에서 꺼내어 다니엘의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혹시...너, 그때 그..."

그리고 그걸 보고 한껏 놀란 눈이 돼서 나를 바라보는 다니엘.

"안녕"

그럼 나는 너의 눈을 보고, 한껏 밝은 웃음이 가득 담긴 얼굴과 목소리로 받아준다.

성우는 그때 다니엘의 말의 뜻을 비로소 깨닫는다. 이 모래시계처럼 우리도 언젠간 다시 만나게 될 운명이라는 것을. 둘은 차츰 서로를 잊어갈 때쯤에 다시 만나게 됐고, 그 둘은 또 한 번의 추억의 장이 새롭게 시작되었다.

다니엘이 자리에 앉고 난 다음, 교탁에서 선생님이 본격적으로 방학식을 알리는 멘트를 쳤고, 다니엘과 성우는 그저 하염없이 서로의 얼굴만 쳐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던 둘은 이어지는 선생님의 멘트에 동시에 앞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번 방학 때는 특별히 보충 수업을 진행하도록 하겠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듣도록. 아, 물론 전학생 너도 마찬가지다. 이상. 방학 재밌게 보내도록."

둘은 동시에 벙쪘고, 그렇게 둘은 방학 내내 만나게 되었다.

"너는 이름이 뭐야?"

집으로 돌아가는 길.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지 지속적으로 어색한 분위기만 연출되는 가운데 다니엘은 그동안 그토록 후회하고, 궁금해했던 물음을 던졌다.

"옹성우"

그에 성우는 담담히 이름만을 말했고, 그렇게 둘은 또 침묵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러는 너는? 너는 갑자기 왜 서울로 온 거야?"

이어지는 성우의 물음.

"어? 음...너 보려고?"

그에 답하는 장난기가 잔뜩 서려 있는 다니엘의 말투.

"아, 정말? 근데 못 만났으면 어쩌려고 그랬어?"

장난을 받아준다고 하기에는 너무 순수했던 성우의 말투와 목소리에 다니엘은 깨달았다.

`아, 너는 아직 그때 그대로구나."

"인생은 모험이라 안하나. 내는 이렇게 네 만날 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수함을 맞받아쳐 주는 다니엘에 성우는 또 뭐가 그렇게 신이 났는지 다니엘을 바라보며 햇빛이 비치는 햇살 아래로 새하얀 이를 뽐내며 해맑게 웃었다.

그렇게 성우와 다니엘은 집으로 오면서 어린 시절 추억 얘기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얘기를 했고, 집에 도착하고 보니 바로 옆집에 새로 이사 온 이웃 사촌지 간이었다.

둘은 내일 아침에 만남을 기약하고, 서로의 집으로 들어왔고, 들어오자마자 바로 방으로 들어간 둘은 침대에 누워 그토록 기대했던 서로의 모습을 곱씹으면 돼내었다.

"옹,성우...."

"강, 다니엘..."

서로가 헤어질 때 가슴 속에 품었던 그 말.

`참 고마워, 네 기억은 날 웃게만 해. 잘 지내볼게. 나도 더 나은 사람이 되어 돌아올게.`

둘은 벽 하나를 두고, 고민하고 있는 건 알고 있는지 모를 그런 고민투성이인 하루의 어느날이었다.

과연 우리는 그때보다 지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있을까?

+

다음 날 아침. 두 사람의 하루의 시작은 알람과 함께 시작됐다.

`강다니엘`

`옹성우`

그러다가 떠오르는 한 사람.


둘은 한 번의 생각으로 피어난 웃음은 내려갈 줄 몰랐고, 그렇게 서로의 존재로 산뜻한 아침을 맞이했다.

"안녕."

그리고 문을 여는 순간 있는 너의 모습에

"안녕. 좋은 아침이야."

다시 한 번 나의 심장은 두근두근 요동치기 시작한다.

"갈까?"

너의 리드 있고, 배려하는 말투에 나는.

"그래."

수줍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한다.

둘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푹푹 찌는 날씨에도 덥지도 않은지 두 손을 꼭 잡은 채로 등교했고, 학교에 도착해서도 온종일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

"내일 봐.."

"그래."

내일도 볼거였다. 그래서 아무렇지 않았다. 분명히 우리는 내일도 모레도 계속 옆에 있을 테니깐. 그렇게 믿었으니깐.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내향적인 성우와는 달리 외향적인 다니엘은 성우 외에 다른 친구들을 사귀기 시작하면서 성우가 아닌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성우와의 등하교하는 날이 전보다 점점 줄어가고 있었다.

괜찮았다. 아니,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야만 했다. 그저 멀리서 지켜보기만 할 뿐, 성우에겐 어찌할 힘이 없었으니깐. 그저 바라볼 뿐.

그 날도 성우는 평소와 다를 것 없이 방 안 침대 위에서 베게에 자신의 머리를 맞댄 채 계속 다니엘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던 그때 들리는 문소리에 성우는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네에- 들어오세요."

방 안에 들어오신 분은 다름 아닌 성우의 엄마였고, 평소에도 이웃 주민들에게 무언가를 나눠주기를 즐겨하시던 엄마는 오늘도 아니나 다를까, 성우에게 이웃집에 직접 만든 약식 좀 드리고 오라고 시켰고 앞서 말했듯이 성격 때문인 건지 아니면 그냥 이렇게 생겨 먹은 것인지 모를 낯가림에 성우는 짜증이란 짜증을 다 내며 엄마를 방 밖으로 내보내려고 하는 순간 엄마의 입에서 나온 "옆집에 부산에서 올라온 엄청 잘생긴 남자애도 있던데.. 걔랑 친해지면 좋지 않겠어? 라는 이 말 한마디에 성우는 다시 엄마를 잡았다.

`뭐?! 다니엘 집?`

매번 집 앞에서 헤어졌기 때문에 집까지는 들어갈 일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집도 가보고, 이왕 간 김에 오랜만에 다니엘 얼굴도 볼까 싶어 이제 앞으로 그 집 심부름은 자신이 가겠다고 엄마에게 말했고, 그렇게 지금 다니엘의 집 문 앞에서 5분째 서성이며 만약에 다니엘이 나오면 어떻게 대처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 아닌 고민을 하고 있었다.

`띵또옹-`

그리고 마침내 눌린 초인종에 성우는 온몸을 비비 꼬며, 숨도 못 쉰 채 긴장하고 있었고,

"누구세요?"

안에서 들리는 너의 목소리에 더욱 긴장된 채 성우는 자신인 것만 밝히고 또다시 얼음장처럼 얼었다. 그리고 때마침 문을 열고 나온 다니엘의 성우는

"이거 엄마가 주고 오라고 하셔서."

라는 부끄럽지만 나는 지금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무언의 마음을 표하며 약식이 담긴 접시를 다니엘에게 건넸다. 그의 다니엘은 자신이 어렸을 때 보았던 사모예드 같은 미소를 지으며 엄청 좋아했고, 일단은 더울 텐데 들어오라는 말과 손짓을 했다. 그에 성우는 조심히 다니엘의 집에 들어갔고, 확실히 최근에 이사했다는 게 눈에 보일 정도로 짐 박스들이 성우를 반기고 있었다.

"집이 마이 더럽제? 이기 한다고 하는데 빨리 안되가...;;;"

창피하다는 듯이 머리를 긁으며 말하는 다니엘의 말투에 성우는.

"아냐! 내 방은 이것보다 더 더러운데 뭘,"

오히려 자신을 낮추며 괜찮다며 거실 쇼파에 앉았고, 곧이어 다니엘이 다과와 음료수를 가지고 와 성우 앞에 앉았다.

"우리 오랜만에 보는 거 같네?"

그 말을 알아차린 너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러네 라는 짧은 답을 건넸고, 성우는 조심스레 다니엘이 가지고 온 과자를 입에 넣고 씹었다. 그리고 이어진 어색한 침묵.

분명히 처음 만났을 때도 그리고 다시 만났을 때도 느껴보지 못했던 떨림과 긴장감에서 나오는 낯섦에 둘은 한동안 말이 없었고, 그저 조용히 과자와 음료수만 먹고 있었다.

얼마쯤 이러고 있었을까? 먹던 과자와 음료수도 다 떨어져 가는 이 시점에 먼저 침묵을 깬 건 성우였다.

"요즘 뭐 하고 지내길래 얼굴 볼 새도 없어?"

"아니 뭐, 이것저것 좀 바빴다."

"그래? 그럼 내일은 내일도 바빠?"

"어?, 내일은. 안 바쁘다! 내 안 바쁜데?"

`풋`

나도 모르게 사과처럼 발개진 얼굴로 안 바쁘다고 하는 너의 모습에 몰래 피식 웃는다. 네가 그때 웃은 것처럼.

"그럼 내일 독서 룸 카페 갈래?"

평소에 책 읽는 걸 좋아하던 성우는 다니엘과 함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같이 하고 싶은 마음에 제안했고, 잠시 머뭇거리던 다니엘은 이어 알겠다고 했다.

"그럼 난 이만 가볼게. 과자 잘 먹었어."

"응. 그래. 잘 가."

그렇게 짧지만 굉장한 이득을 보고 집으로 온 성우는 뿌듯한 마음에 온종일 입이 귀에서 안 내려왔다고 한다.

한편 그 시각 평소 책이랑은 담을 쌓고 지냈던 다니엘은 내일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지에 대한 걱정으로 하루를 보냈다고 한다.

다음 날 성우는 아침 일찍 일어나 나갈 채비를 했고, 그 시각 다니엘도 한참 나갈 준비로 바빴다.

"안녕."

문을 열자 오랜만에 듣는 아침 인사가 들려왔다.

"응, 안녕"

그렇게 둘은 카페로 향했고, 음료수를 주문한 다음 누가 보면 서로 맞추기라도 한 듯 사이즈만 다르고 디자인은 똑같은 슬리퍼를 벗고 나란히 앉았다.

"여기 책 많아!, 너는 무슨 책 읽을래?"

"내는..책을 잘 않 읽어가...네가 추천해주는 거 읽을게"

성우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가방에서 미리 챙겨온 책 한 권을 꺼내서 다니엘에게 건넸다.

`모래시계`

책 제목을 본 다니엘은 살짝이 미소를 지었고, 그 미소를 본 성우는 만족한다는 듯한 미소로 책의 줄거리를 설명해 주었다.

"이 책은 어릴 적 여행으로 인해 잠깐 만난 두 소년이 커서 운명적으로 재회해서 사랑을 싹 틔운다는 내용이야. 어때? 재밌겠지?"

꼭 우리와 비슷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은 성우가 다니엘과 헤어지고, 다니엘이 생각날 때마다 읽었던 책으로 현재 성우 인생의 베스트셀러를 뽑으라고 하면 단연 이 책을 뽑을 정도로 정도 많이 가고, 제일 소중히 여기는 책 중 하나였다. 그리고 다니엘에게 이 책을 추천해 주는 이유는 그 추억 속에 다니엘도 있었기에 꼭 한번 읽어봤으면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줄거리 설명을 하고 있던 그때 시원한 음료수가 나왔고, 둘은 조용히 음료수를 마시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한참을 책을 읽던 둘은 동시에 배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에 침묵이 깨지고, 웃음바다가 되었다.

"벌써 2시가? 배 고프제?"

"응?, 그러네. 우리 밥 먹으러 갈까?"

"그래 가재이"

둘은 밥을 먹으러 가기 위해서 카페에서 나와 식당가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까부터 표정이 이상한 다니엘에 성우가 조심스레 물었다.

"너 어디 불편해?"

"어? 응. 신발이 갑자기 작아진 거 같아가?"

"아 진짜? 나돈데..."

"아, 너도?"

"응, 난 아까부터 신발이 너무 커서 막 벗겨질라 그러더라구.. 혹시..."

"혹시..."

둘은 아래를 내려다봤고, 또 동시에 빵터졌다.

"아 우리 이제까지 신발 바꿔 신은거가?"

"그러네. 근데 다니엘 너 발 진짜 큰가 보다. 나 아까부터 너무 커서 몇 번 넘어질 뻔했어."

"아 글나? 내는 너무 작든데. 우리 성우 얼라구만."

"야, 나 얼라 아니거든?! 너 생일 언제야!!"

"니부터 말해봐라"

"나는 8월 25일이다!! 그러는 넌?"

"내는...비밀이다~~!!"

생일을 비밀로 한 다니엘은 도망갔고, 그걸 잡으려고 계속 뛰던 성우는 지쳐서 포기했지만, 오늘 둘은 서로가 있기에 너무나도 행복했고, 또 너무 친해져서 좋았다고 한다.

이랬던 둘은 왜 서로 다투고, 멀어지게 된 것일까?


2편 링크 :http://posty.pe/a503h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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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편도 재미있으니 가서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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