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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녤옹] 1¹¹

가까운 듯 멀었던 우리 사이


1¹¹ = 1 의 값은 1이라서 가깝지만 11번의 제곱처럼 그렇게 가깝다고도 말 못하는 우리 사이 가까워 보이지만 그 속에는 점점 멀어져가는 우리.


W. 케이



그 날도 오늘처럼 비가 내리고, 천둥이 치고 있었다. 너는 뭐 그리 비싸게 구는지 얼굴 한 번 안 보여주고, 밖에 매섭게 부는 비바람처럼 날 떠나갔다. 나는 그런 모습뿐인 너일지라도 한 시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창문너머로 떠나는 널 바라보았다. 그렇게 우리 둘은 헤어졌고, 쓰디쓴 이별의 아픔이 시작 되었다.

“형 안 나와요?”

“어, 잠시만 나 이것만 하고 금방 갈게.”

“그럼 저는 밑에 내려가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응, 금방 갈게.”

오늘은 이별에 고통에서 못 벗어나 매일 밤 술 로 지새우는 성우를 위해 후배 재환이가 더 이상 이런 모습 못 보겠다고 성우 몰래 신청해 놓은 ‘이별 택시’ 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날이다. 처음 성우에게 이 사실을 털어놨을 때는 평생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성우의 화난모습에 적잖이 놀라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물러날 수 없던 재환이 강력하게 어르고 달래서 결국 출연을 하게 되었다. 성우는 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에도 긴장감에 손에서 안전벨트 띠를 놓지 못했고, 그런 성우를 바라보던 재환은 성우의 손을 가볍게 잡아주며 분명 잘 될 것 이라는 무언의 미소로 성우를 위로해주었다. 그 미소에 조금이나마 진정인 된 성우는 긴장이 풀렸는지 꾸벅 꾸벅 졸더니 이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형, 형 일어나요. 도착했어요!”

“우음, 벌써?”

“벌서라뇨? 형 2시간이나 잤다고요.

“내가 그렇게 많이 잤다고? 하, 이렇게 잔 것도 오랜만이네…”

성우는 기지개를 피며 차에서 내렸고, 그런 성우를 보며 재환은 주차하고 오겠다며 차를 몰고 어디론가 가버렸다. 그렇게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성우는 운전 하느라고 피곤했을 재환을 위해 커피라도 살 겸 방송국 내에 있는 카페에 들어갔고, 들어감과 동시에 카페아네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 그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그 순간 성우의 몸은 누가 본드로 바닥에 자신과 고정 시켜놓은 듯 얼음이 되어버렸고, 성우를 본 그도 도무지 어떻게 할 수 없다는 듯이 성우만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뒤늦게 정신을 차린 성우는 급하게 카페를 빠져나와 저 앞에서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재환의 손을 붙잡고, 도망치듯 비가 오는 밖으로 나왔다.

“헥, 헥, 형 왜, ㄱ,그렇게,흐읍, 급하게 뛰고 그래요?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차라리 귀신이면 좋겠다…”

“그게 무슨?”

“있었어.”

“네? 있긴 뭐가 있었는데요?”

“나 버린 그 남자. 쓰레기 새끼…”

“아,”

 재환은 그제야 이해 됐다는 듯이 짧은 탄성을 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다가 문득 의문점이 든 재환은 성우를 바라보고는 물었다.

“아니, 근데 형이 왜 피해요? 피할 거면 그 새끼가 피해야 되는 거 아냐? 형이 뭘 잘못을 했다고 피하냐고요?! 피하길!”

“그러게….”

재환의 말에 순간 벙찐 성우는 그제서야 아직도 그에게서 못 벗어난 제 자신이 너무 밉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때 대기실로 올라오라는 작가님의 연락을 받은 재환은 성우를 데리고 급히 뛰어 대기실로 향했고, 대기실에서 서로의 정체를 모르는 상황에서 안대를 쓰고 만나 한번은 조수석, 그리고 도 한번은 운전석에 앉아 운전석에 있는 사람이 조수석에 앉은  사람의 이별 사연을 들어주는 방식이라는 간단한 룰을 알려준 뒤 성우는 안대를 씌운 채 작가님의 손에 이끌려 방송국 뒤편에 있는 택시로 갔다. 성우는 먼저 사연을 들려주기 위해 조수석에 탔고, 상대는 운전석에 탔다. 그리고 잠깐의 정적이 흐른 뒤 드디어 상대를 보기 위해 안대를 벗는 순간. 안대를 벗은 둘은 서로의 정체를 알아보고는 서로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보다 더 심한 욕이 나올 것을 방송이라 애써 참고 있었다.

“오랜만이네.”

하지만 생각보다 덤덤한 성우에,

“그러게.”

상대도 익숙한 듯 덤덤하게 받아쳤다.

그리고 상대는 조용히 악셀을 밟으며 출발하기 시작했다. 그에 성우는 그저 아무 말 없이 앉아 있기만 했고, 그런 성우의 다니엘도 별다른 말없이 그저 조용히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정적을 깬 건 성우였다.

“너도 힘들었니?”

성우의 질문에 다니엘은 답하지는 않았지만 눈시울이 붉어지는 다니엘을 보며 성우는 말을 이어 나갔다.

“나는 많이 힘들었는데. 그것도 어어엄청! 마이!! 맨날 밥도 안 넘어가서 술만 먹기 바쁘고, 하루에 천 번은 넘게 그 사람이 생각나고, 그러다가 그 사람이  내 곁에 없다는 사실에 공허하고, 그러다가 그 사람도 나와 똑같이 힘들어 할까? 하는 의심도 들고. 나는 그 사람에게 고작 이정도 까지였나 싶고.”

“그른 거 아이다!”

“푸흣, 그때는 나도 제정신이 아니었으니깐. 아니, 이 세상 어느 누가 차였는데 제정신으로 있냐? 안 그래? 뭐, 지금 네 표정 보니깐 그것도 아닌 거 같지만  말이야? 나는 있지..그 사람과 내가 평생 행복할 줄 알았어. 근데 그 사람은 그게 아니었나봐. 어느 순간부터 나는 가까운 거 같은데 그 사람은 자꾸 날 멀리하는 거 같더라? 근데 너도 알다시피 내가 또 감이 좋잖아? 그래서 그런지 그 날 그 사람이 카페 안으로 들어오는 그 순간부터 나는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어. 근데 그걸 직접 들었을 땐 나를 차버린 그 사람보다 촉이 좋은 내 자신이 너무 미워지더라? 이 느낌 뭔지 알아? 아마 너는 평생을 가도 모를거야.. 그래서 그 날은 그 사람과 헤어졌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아 다른 날과 같이 카페에서 나와 친구들 만나서 놀았어. 그데, 근데 말이야. 놀고 딱, 집에 왔는데 나 집에 왔어요~ 하고 보고할 상대가 없더라? 그때부터 시작이었던 거 같아. 그 사람이 미워지기 시작한 게 말이야.”   

성우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다니엘은 눈가에 눈물이 타고 흘러 내렸고, 그걸 본 성우는 자신의 소매로 상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아, 그 사람도 참 잘 울었었는데. 그래서 내가 맨날 소매 걷어서 닦아줬거든. 사실 나 소매에 뭐 묻는 거 진짜 싫어하는데.. 그 사람한테 하는 건 괜찮더라? 아니? 괜찮다기 보다는 좋았어. 그 얘긴 그의 슬픔에 내가 함께 할 수 있다는 뜻이었으니깐. 그 사람은 유일하게 나의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준 사람이었어.”

“햄아…”

“그렇다고 네가 울지는 말고, 정 든다 얘~ 여하튼 그렇게 그 날은 거의 그 공허함에 휩싸여서 잠도 제대로 못 잤던 거 같아. 그렇게 다음날 아침이 되고, 해는 떴는데 나는 그저 막막하더라고. 진짜 그 날이 공강이었어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아, 지금 생각해도 아찔해. 여하튼 그렇게 그가 없는 하루를 보내고 나니깐 그 뭐라고 해야 되지? 아, 그의 빈자리가 확 느껴지더라고. 내가 밥 먹을 때 웃어주던 그 사람, 같이 양치하면서 물장난 치던 그 사람, 그리고 서로 드라이기 먼저 쓸 거라고 티격태격 하던 그 사람, 자기도 내 머리 스타일대로 고데기 해달라는 그 사람, 진짜 와,,,나는 그 사람이 내 생활에 그렇게 들어와 있는지도 몰랐는데 거의 나랑 혼연일체로 살았더라구 웃기지? 그렇게 하루를 지내고, 또 열흘, 그리고 또 한 달을 보내고, 어느 날 커피숍에서 다시 그 사람이 내 앞에 나타났는데 나는 그 사람을 보고 뒷걸음 질 치며 도망갔어.. 왜인지는 나 자신도 모르겠지만 아마 그가 없는 동안에 망가져 간 내 자신을 그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나봐. 그리고 그 사람이 지금 내 앞에 있는데… 내 옆에서 울고 있는데…., 그러고 있는데...., 너는 어때 니엘아? 다니엘, 나 네 얘기 들어봐도 될까?"

한참을 얘기하던 성우는 금방이라도 밖에 내리는 비처럼 울 듯 한 다니엘의 얼굴을 보고선 소매가 아닌 티슈로 눈가를 조심스레 닦아주며 자연스럽게 자리를 바꿨다. 그리고 성우는 조심스레 악셀을 밟으며 출발했다.

‘다니엘, 너는 나에게 왜 그랬니?’

“다, 아니, 니엘아, 이제 저의 이야기를 들려줄래?”

성우의 말을 들은 다니엘은 자신의 눈가에를 옷으로 박박 문지르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나갔다.

“내는 단 한 번도 그 사람과의 미래를 꿈꾸지 않은 날이 없었다. 근데 어느 날은 그런 생각을 하는데 갑자기 드는 생각이 이 사람이 계속 나를 만나면 앞으로 힘든 일이 많을텐데 이 힘든 일을 이 사람이 왜 겪어야하나 싶더라.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들 때 마다 너무 두렵고, 떨리고, 앞이 암담하더라고. 그래서 조금씩 거리를 두기로 마음 먹었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티 안 나게, 천천히 멀어지려 했는데, 그게 또 맘처럼 쉽지가 않더라고. 볼 때 마다 사랑스러워서 미치겠고, 꼭 이게 마지막일 거 같은, 다시는 이런 날이 오지 않을 거 같은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이 들더라. 그리고 그 사람도 그걸 느꼈는지 나한테 점점 거리감을 두는 것만 같은 나만의 착각이 시작했고, 그러다가 이대론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서, 이대로 가다간 나중에 내가, 내가 그 사람을 더 힘들고 아프게 할 것만 같아서 그래서 그쯤에서 일직 놔주기로 했었다. 그리고 이별하던 그날 카페에 들어가서 그 사람의 눈빛을 보고선 느꼈다. 아, 이 사람도 더 이상 날 사랑하지 않는구나. 내 계획이 성공 했구나. 했지. 그리고 헤어지자 했을 때 그 사람의 반응보고 화신했어. 그 사람 마음에 나는 이제 없구나. 그래서, 그런 그 사람의 모습을 더는 보여주기 싫어서 그 자릴 박차고 일어나서 내 우는 모습을 그 사람이 못 보게 가려서 집에 왔어. 근데 나에게도 그 사람의 자리는 너무 컸었나봐. 그 사람이 딱 가고 나니깐 집에 있는 모든 것들에 그 사람의 환영이 보이기 사직하더라. 그리고 그때 깨달았어. 아, 내가 지금 실수 했구나. 내가 그 사람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구나. 근데 되돌리기엔 너무 늦은 거 같았어. 그래서, 그래서 그랬다. 햄아, 내 참 병신 같제?“

이번엔 다니엘의 말을 한참 듣고 있던 성우가 갑자기 길가에 차를 세우고는 짐짓 진지한 얼굴로 다니엘을 바라봤다. 맑지만, 불투명한 눈으로. 그리고 꺼낸 한마디.

“어, 다니엘. 너 병신 맞아.”

그리고 당자에게 그 말을 들은 다니엘은 고개를 떨어뜨리곤 허벅지 위로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근데 뒤이어 들려온 성우의 말에 다니엘은 놀라서 고개를 번쩍 들었고, 거기엔 성우의 환한 얼굴이 다니엘을 반기고 있었다.

“너 병신 맞는데, 그런 네가 아직까지도 좋은 나도 병신이가보다. 똑같은 병신끼리 같이 다시 한 번 잘해볼래? 솔직히 전보다 더 사랑해주겠다고, 아껴주겠다고는 말 못하겠어. 그건 분명 거짓말일 테니깐 근데, 니엘아 나는 있지,, 네가 지금처럼 힘든 일이 있거나 할 때 조금이라도 나한테 말해줬으면 좋겠어. 나라고 무조건 좋았던 적은 없었어. 네가 없는 빈자리가 허전하기는 했지만 혼자 사는 삶 도 뭐 나쁘진 않았으니깐.. 그치만 그렇게 힘들 때는 난 너한테 다 털어났잖아? 그리고 넌 날 위로 해줬었고, 이젠 내가 그럴 차롄가 보다. 우리 이렇게 권태기도 없이 지나간 거봐 신기하다! 그치? 시실 아까 내 얘기를 다 하고 났을 때는 진짜 아무 감정도 안 들고 오히려 내 감정이 조금은 정리가 된 거 같아서 좋았는데 네 얘기를 듣다 보니깐 네가 힘들었다고 하니깐 그건 못 참겠다. 솔직히 우리 나중에 진짜 헤어질수 도 있겠지.. 그래도 지금처럼 이런 감정에서 말고 서로가 준비가 됐을 때 그때 헤어지자. 그때까지 우리 사랑하자."

“형 내 마안타.. 내 때문에 햄 고생만 하게 해서. 그치만 이제 내가 잘할게! 이런 못난 나라도 다시 만나줄거가?”

“그럼 당연하지! 저녁에 우리 니엘이 좋아하는 한우 먹으러 갈래?”

“내는 억수 좋제! 내 햄 진짜 좋다! 사랑한데이”

그렇게 둘은 진한 포옹을 끝으로 차를 몰고 방송국으로 돌아왔고, 돌아왔을땐 작가님과 재환이 박수를 쳐주며 둘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후에 알고보니 둘 다 너무 보기 불쌍해서 방ㄴ송인 척 꾸미고, 둘이 택시 태워 드라이브 시킨 거 라고 한다.

트위터 계정 @pkpk4742 디엠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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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녤옹] Curtain call